시간의 비가 내린다
신혜림
Shin Healim
2023 / 12 / 14 ~ 2024 / 01 / 13
전시 소개
- 공예의 근본적인 요건들을 층별로 구획된 전시 공간에 하나씩 풀어내며, 공예의 맥락과 전통 안에서 그의 작업이 ‘삶과 정신의 거울’로서 어떻게 의미를 찾아가는지 모색
- ‘벽을 위한 사물’ : 금속에 실을 덧대어 선을 이룰 때까지 감고 이 선을 쌓기를 다시 수십 번 반복하여 완성된 집적의 소산
- '몸을 위한 사물' : 브로치가 가슴 부위에서 떼어져 나와 벽이라는 다른 맥락에 부착되어도 ‘관람’이라는 또 다른 기능을 지니도록, 장신구가 지닌 쓰임의 가치를 새롭게 측정
- ‘구석을 위한 사물’ : 금속으로 제작된 작은 오브제와 가느다랗게 이어지는 선형의 작업들을 실내의 빈 여백에 대담하게 얹음으로써, 무료하고 공허했던 공간이 공예품으로 인해 의미를 갖게 함
- '보여주는 이야기' : 그 자신이 투영된 삶과 관계의 단상, 내면의 목소리를 꾸밈없이 담아내며, 시간의 비에 관한 이야기가 모든 이에게 해당하는 삶의 공통분모임을 드러냄
신혜림 작가의 개인전 《시간의 비가 내린다》가 12월 14일 (목)부터 라흰갤러리에서 개최된다. 신혜림의 공예 작업은 사람과 사람, 사람과 사물 사이에서 형성되는 복합적인 관계와 가치를 이해하고 이를 삶의 물결 위로 싣는 바람직한 본보기를 보여주고 있다. 특히 이번 개인전에서 작가는 공예의 근본적인 요건들을 층별로 구획된 전시 공간에 하나씩 풀어내며, 공예의 맥락과 전통 안에서 그의 작업이 ‘삶과 정신의 거울’로서 어떻게 의미를 찾아가는지 모색하고자 한다.
‘시간의 비가 내린다’는 주제는 신헤림의 작업 세계를 관통하는 개념으로, 그의 공예에서 시간의 흐름이 가장 잘 드러나는 부분은 바로 하루하루를 축적한 ‘반복’이다. 지하 전시장에 설치된 정방형의 평면 작업들은 반복성이 어떻게 시간성으로 직결되는지 잘 보여준다. 작가가 ‘벽을 위한 사물’로 명명하는 이러한 작업들은 금속에 실을 덧대어 선을 이룰 때까지 감고 이 선을 쌓기를 다시 수십 번 반복하여 완성된 집적의 소산으로, 작업을 구성하는 모든 가닥들은 곧 작가가 오랜 시간 집약한 시간이 된다.
반면 전시공간 1층에서 작가는 ‘그림으로 만든 브로치’ 장신구들을 ‘몸을 위한 사물’로 선보인다. 신혜림의 브로치는 작가가 비(rain)를 주제로 직접 그린 그림의 캔버스 천을 돌돌 감고 압축한 후에, 그것을 금속의 틀 안으로 모아 평평한 형태로 가공한 결과물이다. 따라서 그의 브로치는 장신구의 본질에 맞게 신체를 보완하지만, 작가는 그것이 가슴 부위에서 떼어져 나와 벽이라는 다른 맥락에 부착되어도 ‘관람’이라는 또 다른 기능을 지니도록, 장신구가 지닌 쓰임의 가치를 새롭게 측정하고 있다.
‘몸을 위한 사물’에서 이렇듯 공예의 쓰임을 연장하고자 했던 신혜림은 공간 내에서 공예품이 갖는 소용을 보다 적극적으로 모색하고 있다. 작가의 이러한 노력은 2층의 ‘구석을 위한 사물’에서 구체화된다. 금속 특히 은으로 제작된 작은 오브제와 가느다랗게 이어지는 선형의 작업들을 실내의 빈 여백에 대담하게 얹음으로써, 무료하고 공허했던 공간이 공예품으로 인해 의미를 갖게 하는 것이다. 구석의 경계에 무심하게 놓인 이 작업들은 때로는 증폭하는 형상이 되어 사물의 내적인 목소리를 내부에 온전히 채우거나, 면과 면 사이에 간결한 선이 파고들게 만들어 새로운 차원의 공간을 세우고 있다.
한편 작가는 전시장의 마지막층에서 그가 초기작에서 시도했던 ‘보여주는 이야기’ 작업들을 새롭게 이어간다. 이러한 작업들은 쌀알과 숟가락, 실 등 (사회 통념을 기준으로) 여성의 일상에 깊이 침전해 있는 대상을 이용해 만든 장신구와 평면, 내러티브 오브제들이다. 작가는 그의 생활을 둘러싼 소소한 사물들을 이용해 그 자신이 투영된 삶과 관계의 단상, 내면의 목소리를 꾸밈없이 담아내는 것이다. 또한 이 작업들은 본 전시의 모든 결과물들이 '시간의 비’라는 주제로 어떻게 순환하게 되었는지를 보여주는 지도이기도 하다. 비가 내리고 증발하는 일이 반복되어 물방울이 순환하듯, 작가는 그의 삶과 작업도 그렇게 실타래처럼 이어져왔음을 드러내는 것이다. 또한 그는 이와 같은 시간의 비에 관한 이야기가 모든 이에게 해당하는 삶의 공통분모임을 보여줌으로써, 공예품을 통해 생의 형식을 헤아리고 있다.
OVERVIEW
전 시 명 《시간의 비가 내린다》
전시 장르 공예
전시 기간 2023년 12월 14일 (목) ~ 2024년 01월 13일 (토), 입장료 없음.
전시 장소 라흰갤러리_서울시 용산구 한강대로50길 38-7
관람 시간 (화~토요일) 오전11시~오후6시 / 일~월 휴무
문 의 02-534-2033 / laheen@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