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said
에릭 켈러 & 김선근
Eric Keller & GJ Kimsunken
2025 / 05 / 29 - 2025 / 06 / 28
■ 전시 소개
- 봄과 보임이 상호적으로 교차할 때 발생하는, 언어로 표현할 수 없는 파장이자 침묵에 주목하는 전시
- 말을 하지 않는 (unsaid) 침묵 속에 있을 때 의미와 깊은 감정의 가능성이 유발되고, 대상과 관찰자 사이에서 다층적인 해석이 이루어짐
- 시각을 통한 신체의 지각을 매개로 세상과 상호 관계를 맺고, 이 과정에서 무언가를 짐짓 말하지 않음으로 하여 비현상적 차원의 감정과 의미의 창구를 여는 두 참여 작가들
- 김선근 : 캔버스 안의 형상을 비움으로써 숙고된 공백감으로부터 비롯되는 ‘화면의 침묵’을 만들어내고, 형상을 통해 형상을 극복하는 '초형상성'을 지향
- 에릭 켈러 : 시각적 기억을 서사와 정보가 모호한 (얼핏 초현실적인) 화면으로 재구성하여 실제와의 접속력을 약화시키고, 그러한 회화적 시도를 통해 재현적 한계를 벗어나 다의적인 의미를 생성
에릭 켈러 (Eric Keller)와 김선근 (GJ Kimsunken) 작가의 2인전 《Unsaid》가 오는 5월 29일 (목)부터 라흰에서 개최된다. 두 작가의 작업을 한국에 처음으로 소개하는 이번 전시에서, 라흰은 우리가 어떤 존재를 인식할 때 그 존재가 우리에게 들어오는 상호적 현상으로부터 언어로 표현할 수 없는 파장이자 침묵이 일순간 발생한다는 사실에 주목한다. 말을 하지 않는 (unsaid) 침묵 속에 있을 때 의미와 깊은 감정의 가능성이 유발되고, 대상과 관찰자 사이에서 다층적인 해석이 이루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본 전시 《Unsaid》에 참여하는 작가 김선근과 에릭 켈러는 이렇게 시각을 통한 신체의 지각을 매개로 세상과 상호 관계를 맺고, 이 과정에서 무언가를 짐짓 말하지 않음으로 하여 비현상적 차원의 감정과 의미의 창구를 연다.
가령 이들은 화면 내에서 형상을 명시하기보다 오히려 이를 초월하여 캔버스 밖의 존재에 이르거나 (김선근), 시각적 기억을 환기하면서도 그것을 잔향처럼 남겨 (에릭 켈러) 궁극에는 경험과 인식의 범위를 확장하기를 지향하고 있다. 전시는 이처럼 나와 대상이 상호적 시선을 주고받는 관계로 보는 이의 시야를 옮기고, 양자의 시선이 마주할 때 일어나는, 언어로 표현되지 않는 파장으로부터 잠재적인 의미가 순환할 수 있음을 시사하고자 한다.
김선근 작가는 캔버스 안의 형상을 비움으로써 ‘그림 밖’을 보고자 한다. 작가는 형상의 외형이 아닌 비가시적인 존재 자체를 고민하고 화면 안의 형상과 화면 밖의 공간이 맺는 관계를 궁리하면서 정적인 빈 화면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말인즉 김선근은 형상을 통해 형상을 극복하고자 하는데, 그에 의하면 이는 자유와 해방, 완성의 감각을 생명으로 하는 ‘초형상성’의 개념으로 번역될 수 있다. 특히 그는 (회화 작업의 준비 작업인) 단순 젯소칠 외의 다른 표현을 작업에서 배제하고, 무를 통해 현상적 유를 인식하는 동양의 ‘여백’과 ‘有와 無’ 개념을 접함으로써 숙고된 공백감으로부터 비롯되는 ‘화면의 침묵’을 만들어내고 있다. 김선근의 작업은 이처럼 완성된 형태를 발화하지 않는 것이 오히려 무한을 내포할 수 있음을 감지하게 하면서, 관객으로 하여금 화면 밖에서 존재와 비존재를 사색하게 만든다.
에릭 켈러 작가는 시각적 기억을 회화적 허구로 전환하면서도 특정 장소와 대상을 초월한 분위기로 화면을 채운다. 작센주 출신인 작가는 특히 공산주의 동독의 잔재로 남은 장소들과 세월의 얼룩이 묻은 폐허를 한때 자주 다루었고, 이 외에도 벤치와 공원, 정류장, 산책로 등 무의식에 저장된 일상의 장면들을 통해 시간과 기억에 관한 모종의 인상을 담아내고 있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작가는 자신을 스친 상황과 감정을 명료하게 발화하지 않고, 오히려 이를 서사와 정보가 모호한 (얼핏 초현실적인) 화면으로 재구성하여 실제와의 접속력을 약화시킨다. 켈러의 작업이 이러한 비언어적인 아우라를 발하는 것은 사진이나 기록에 의존하지 않는 작업 방식과 몽환적인 색채, 형체가 모호한 암시적인 표현법에 크게 빚지고 있다. 그리고 관객은 설명과 감정을 침묵하는 켈러의 그림에서 말로 표현하기 어려운 생각의 덩어리들을 되레 천천히 호흡하고 체험하게 된다. 에릭 켈러는 이처럼 기억과 감정의 세계에 접근하면서도 그것을 웅변하기보다는 잔향만을 남기면서, 고유의 회화적 시도를 통해 재현적 한계를 벗어나 다의적인 의미를 생성하고 보이지 않는 내밀한 세계에 접근하고 있다.
OVERVIEW
전 시 명 《Unsaid》
전시 장르 회화
전시 기간 2025년 05월 29일 (목) - 2025년 06월 28일 (토), 입장료 없음
전시 장소 라흰갤러리_서울시 용산구 한강대로50길 38-7
관람 시간 (화~토요일) 오전 11시~오후 6시 / 일~월 휴무
문 의 02-534-2033 / laheen@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