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벨
Babel
고요손 & 조셉 존스
Goyoson & Joseph Jones
2026 / 04 / 25 - 2026 / 05 / 30
■ 전시 소개
라흰갤러리는 오는 4월 25일(토)부터 고요손과 조셉 존스의 2인전 《바벨 Babel》을 진행한다. 본 전시는 소통의 이상이 파기된 ‘포스트-바벨’의 조건 아래에서도, 타자에게 말을 건네고 관계를 지속하는 인간의 감각적 분투를 조명한다. 전시명 ‘바벨’은 수직적 욕망이 좌절된 뒤에, 넘쳐나는 말과 빗나가는 의미들로 채워진 동시대적 상황에 대한 알레고리다. 《바벨》은 무너진 탑을 다시 세우려는 거대 담론 대신, 시선을 하향화하여 지상에 머무는 ‘작고 연약한 것들’의 유한함에 주목한다. 여기서 관계는 완결된 소통이나 합의의 질서를 벗어나, 해소되지 않는 차이를 품은 채 서로의 곁에 머무는 태도로 제안된다. 두 작가는 이처럼 소통의 어긋남을 실패로 규정하지 않고, 오히려 그 간극 사이에서 발생하는 미세한 접촉과 머묾의 시간을 미적 형식으로 정련해낸다. 그럼으로써 전시는 거대 서사가 붕괴된 자리에서 피어난 조용한 감각들이 어떻게 우리를 다시 타자에게 닿게 하는지, 소멸하지 않는 관계의 지속 가능성을 심도 있게 탐색한다.
고요손은 조각을 고정된 오브제로 규정하는 기성의 질서를 탈피하여, 그것이 타자와 공간, 사건과 맺는 관계의 변주에 주목해 왔다. 이번 전시에서 작가는 무너진 언어를 복구하는 대신, 말이 가닿지 않는 공백 가운데에서도 누군가와 함께 서 있게 하는 ‘물리적 조건’으로서의 조각을 선보인다. 특히 그는 스티로폼과 같이 가볍고 가변적인 재료를 활용하여, 물성이 도달하는 자생적 균형을 존중하는 ‘돌봄’의 태도를 견지한다. 그의 조각은 조셉 존스의 회화와 서로 기대어 서거나 빛을 매개로 조응하며, 조각이 고정된 결론이 아니라 관계가 잠정적으로 성립되는 ‘열린 장면’임을 증명한다.
조셉 존스는 꽃, 고양이, 새와 같이 스스로를 말로 표명할 수 없는 존재들의 취약성을 매체 본연의 물질성으로 정착시킨다. 작가는 소셜미디어와 인쇄물 등에서 수집한 시각적 파편을 응축하여, 구체성과 원형성 사이에 머무는 이미지를 다루는데, 이 과정에서 배경과 서사적 정보를 덜어내거나 대상에게 온전한 ‘자리’를 내어주는 작가의 명상적 정련의 과정은 그 자체로 하나의 응시가 된다. 붓질의 밀도와 빛의 온도를 세밀하게 조정하는 존스의 작업은, 관객으로 하여금 대상의 유한성을 조용히 자각하게 하며 바벨 이후에도 걷히지 않는 주의와 돌봄의 감각을 선연하게 이어간다.
OVERVIEW
전 시 명 《바벨 Babel》
전시 장르 회화, 조각
전시 기간 2026년 04월 25일 (토) - 2026년 05월 30일 (토), 입장료 없음.
전시 장소 라흰갤러리_서울시 용산구 한강대로50길 38-7
관람 시간 (화~토요일) 오전 11시~오후 6시 / 일~월 휴무
문 의 02-534-2033 / laheen@naver.com